백의관음보살도
이 불화는 물결이 일렁이는 파도 위에 솟아오른 대형의 연꽃대좌에 앉아 있는 백의관음보살(白衣觀音菩薩)을 그린 것이다. 그림은 근대기에 유통된 인조견에 채색한 것으로 규모는 세로 73.2cm, 가로 46.4cm 크기의 소형 불화이며, 비단 2매를 잇대어 화폭을 형성하였다. 사방의 백색 변아 부분에 오염과 변색이 진행되었다. 화면에는 천의자락을 휘날리며 물결 위에서 피어난 연꽃 위에 앉은 관음보살을 그렸다. 관음보살은 정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며 보관에 아미타 화불이 묘사되었고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온몸을 감싼 백색의 장포를 입은 백의관음보살로 그려졌다. 양발은 앞으로 모아 유희좌(遊戲坐)를 취하였으며, 한 손은 바닥의 연꽃대좌를 짚고 다른 한 손은 유희좌 한 왼쪽 다리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놓았는데 맨발인 상태의 두 발을 서로 잇대고 있는 모습이다. 녹색의 원형 두광과 청색으로 윤곽선을 두른 붉은빛의 대형 원형신광을 갖추었으며 상호는 다소 각진 넓적한 얼굴에 둥근 눈썹,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 가늘고 긴 눈, 직선에 가까운 오뚝한 코에 작고 붉은 입술을 표현했다. 이목구비는 넓은 얼굴에 비해 작게 그려진 편이며 중앙으로 몰리듯 표현하였다. 옷자락과 귀밑 사이로 빠져나온 긴 머리칼인 보발이 가슴 앞으로 1갈래씩 드리워져 있으며, 좌상인 화불(化佛)이 표현된 보관을 쓰고 가슴 앞에는 영락(瓔珞)으로 장식했으나 영락의 장식은 투박하며 섬세하지는 못하다. 옷자락의 주름은 백의(白衣)와 치마인 군의(裙衣) 모두를 외곽선은 그리지 않고 바로 백색으로 칠하는 몰골법(沒骨法)을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기법은 19세기 후반 마곡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약효계 화파에서 주로 즐겨 사용한 기법적 특징이다. 배경으로는 관음보살의 좌측 뒤편으로 높은 암벽과 두 그루의 대나무가 표현되었으며, 아래쪽 하부에는 굽이치는 물결과 푸른 선염으로 표현한 포말로 일렁이는 바다를 그렸다. 관음보살의 연꽃대좌 아래로 일렁이는 물결 위에는 연잎 위에 서서 보살을 향해 합장 배례하는 남순동자가 화면 좌측에 배치되었다. 남순동자는 쌍계머리에 상반신은 금박으로 베푼 운견과 붉은색의 천의를 두르고 있으며, 하반신에는 붉은바지 위에 허리에 녹색의 요의를 겹쳐 입었다. 두 손은 앞으로 모아 합장하였다. 가늘고 긴 눈, 붉은 입술에서 풍기는 동자의 앳된 모습을 잘 표현하였다. 채색은 백색과 청색, 녹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였고, 부분적으로 물결 위의 포말은 선염으로 처리하고 복식은 몰골법을 사용하는 등 19세기 후반 이후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분적으로 금박이 사용되었는데 관음보살의 보관 화불의 배경이나 영락장식, 남순동자의 운견 등에서 확인된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백의관음보살도〉는 17세기의 정토왕생 수행의 경향이 19세기 말 이후 다시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의미가 있으며, 전라도 장성 내지 백양사 부근에 위치한 청호당(淸湖堂)에 봉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필선의 섬세함은 부족하나 1920년이라는 제작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근대기 불화이며 백색을 위주로 청색과 녹색으로 대비되는 설채법 등 전통적인 화풍을 유지하면서 19세기 마곡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근대기 화승인 약효 계열의 특징적 기법인 몰골법 등을 반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해양로301번길 45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