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
용은 마을신앙으로 숭배 받는 대상이었다. 제의를 지낼 때 사용되거나 마을을 상징하는 기旗에 그려졌다. 농촌에서 이 기는 풍년과 어촌에서는 풍어, 그리고 무사 항해 등을 기원하는 데 사용되었다.
수신水神이자 지신地神인 수지물水地物로 춘분春分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秋分에 물속으로 숨는다고 유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연인 하늘과 물을 관장하며 비와 풍유를 가져오는 선신으로 숭상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는 깃대, 깃봉, 기폭으로 구성되는데 국립해양박물관 소장본은 깃대와 깃봉은 손실된 채 용이 표현된 기폭만 남아있다. 농기는 용과 거북인 귀룡龜龍, 잉어, 구름, 여의주 무늬를 표현한 마을기, 두레기로 용기라고도 불리며 전체적으로 친근감 있고 소박하게 그려졌다.
기폭 좌측에 “1905년 음력 1월 15일 임실군 신평면 피암마을에서 기를 조성하였으며, 후원자는 임실 읍내의 선전관 진필기이다. 마을 대표자는 최봉학崔奉學이고 실무자는 김한수金漢洙, 그린 이는 지사범池士凡이다.” 라는 묵서가 있어 제작시기, 후원자, 제작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묵서 : 大韓光武九年乙巳正月十五日造成 避暗里施主邑內晉宣殿必琪 座上崔奉學公員金漢洙 畵工池士凡
기폭 중앙에 배치된 용은 민화풍으로 그려졌으며 바로 아래에 잉어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을 뜻하는 잉어와 등에 낙서洛書 표식이 있는 거북이 묘사되어 있다. 낙서는 고대 중국 하夏나라 우禹임금이 황하의 범람을 다스릴 때에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 있었다는 45개의 점을 뜻한다. 낙서를 통해 천지의 변화의 기틀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거북이는 용, 기린麒麟, 봉황鳳凰과 더불어 사령四靈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물의 신이나 용왕으로 상징되는 서수瑞獸로 여겼다. 농기에 그려진 잉어와 용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거북이는 용과 같은 신묘한 영물로 인식되었고 기우祈雨에 자유롭게 비를 내리고 멈출 수 있게 하는 운행우시雲行雨施의 능력을 지닌 신으로 묘사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전통은 『삼국사기』 에 “용의 화상을 그려놓고 비를 빌었다” 라는 문헌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삼국사기』 卷34 眞平王 五十年條 : 夏大旱移市 畫龍祈雨
부산광역시 영도구 해양로301번길 45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